지난 이야기_FI와 SI, 그리고 초기투자자

형식적인 밸류업 이상을 어떻게 추구할 수 있을까
INOH JUNG's avatar
Aug 29, 2024
지난 이야기_FI와 SI, 그리고 초기투자자
 
“지분을 넘기려고 해. 현재보다 더 사업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동안 시도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를 시험해볼 기회가 될 것 같아.”
 
오랜 지인이자, 한동안 후속 투자 라운드를 진행해온 포트폴리오 회사의 대표님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처음부터 회사를 함께 만들듯 고생하며 투자했던 팀이었기에, 그 말을 듣는 순간 지난 시간 동안의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창업팀 모두가 투자 이전부터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사이였기에, 그들이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종종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창업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후에는, 어느새 사업에 대해 바닥부터 함께 고민하고 있었다.
많은 기술 창업 기업들이 그렇듯 시장 측면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접근할지, IR 자료는 어떻게 구성해야 우리 기술을 외부인들에게 쉽게 이해시킬 수 있을지 등등…
 
그러나 사업은 절대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동안 힘든 과정을 거쳐온 대표님이 마침 한 SI로 부터 자회사 형태를 염두한 투자 제안을 받자 마음을 결정한 듯 통보한 것이다.
 
이들은 매우 적극적이었다.
자신들이 가진 신사업 진출에 대한 고민, 경쟁사에 대한 해자 구축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기술이기에 서두르고 싶어 했다.
한편 이러한 제안을 받기 전까지 후속 투자 라운드는 거절의 연속이었다.
기술적으로는 짧은 시간 내에 매우 빠른 성과를 이루었지만, 이를 FI에게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직접적인 사업화 성과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지금까지의 성과로 그들의 공감을 얻기는 매우 어려워 보였다.
역설적으로 그 사이 많은 SI들이 관심을 보여왔다. 투자, 공동 제품개발, 기술이전 등 다양한 제안을 보내왔고, 결국 이들 중 하나와 손을 잡게 되었다.
 
우리의 목표는 원대했지만, 아쉽게도 첫 단계를 여기서 마무리하게 되었다. 그리고 개인적인 아쉬움도 함께 남게 되었다.
 
내가 조금 더 매력적으로 기업을 소개할 수 있었다면, 후속 투자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었을지도.
내가 조금 더 풍부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었다면, 직접 다양한 파트너를 연결해 줄 수 있었을지도.
 
FI와 SI는 각자의 역할과 목적이 있지만, 이러한 구분을 넘어 초기 투자자는 때때로 FI로는 설명할 수 없는 추가적인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형식적인 밸류업을 넘어 그 이상을 어떻게 추구할 수 있을까.
 
Share article

SUDO